2010년 06월 27일
한국 vs 우루과이 월드컵 16강전 관전평
우리나라가 간만에 수중전을 펼쳤기 때문에
사실 어떤일이 일어나도 뭐라하기 힘든 경기였다.
수중전에는 누가뭐래도 변수가 많은데, 거기에 더해서
열악한 남아공의 그라운드 상황을 봐서도 그 변수는 더욱 증폭되기 때문이다.
포인트 1.
박주영의 프리킥
공이 지난 나이지리아 전 때처럼 궤적을 그리는 것을 보고
'설마?' 했다가 나온 탄식이 뼈아팠다.
박주영은 정말정말 잘찼다... 그러나 운이 없었을 뿐이었다.
포인트 2.
1초 느린 판단
비때문이었을까 부부젤라소리 때문이었을까...
적 공격진 - 수비진 (측면에 적의 크로스) - 골키퍼
이 상황에서 크로스는 힘없이 수비진과 골키퍼 사이로 향했고, 그것이 빠르고
날카로운 크로스는 아니었다. 그 상황에서는 수비진이 걷어내고 그러는 것보다는
골키퍼가 공을 잡아서 다시 나갈 때 어느 수비수에게 공을 줄 지, 아니면 롱킥을 할지
가 수비수들 머리속에서 떠올랐을 것이다. 괜히 공을 걷어낸다고 깝치다가는
소위 '자살 어시스트'나 쓸데없는 코너킥을 허용할 수 있으니 그냥 손을 쓸 수 있는
골키퍼에게 안전한 처리를 하게 하는게 나았다.
그런데 그 골키퍼가 늦게 나와서 공을 반대쪽으로 흘려보낼 지 예측할 수 있는
선수가 있었다면 나는 칸나바로나 비디치나 루시우를 몰아내고 그 선수를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인정하겠다. 정성룡의 판단 미스가 뼈아팠다.
포인트 3.
박지성의 헤딩 슛
아마 허정무 감독은 차두리와 이영표에게 적극적인 양쪽 오버래핑을 주문했을 것이다.
다소 실점의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아르헨전에서 얻은 교훈을 여기서 실천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것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차두리가 다소 먼저 활발히 나가고, 거기에 상대가 적응하니 이어서 이영표가 활발히 나가고
그래서 다시 이영표에게 적응되니 이제는 중앙의 박지성이 침투하고 다시 이청용이 애프터
쇄도하고 ... 이 파상공세는 가히 유럽의 축구강국들에 비견할 공격력이었다.
차두리의 크로스에 이은 박지성의 헤딩슛이 바로 그 정점을 찍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쉽게 골은 터지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박지성 있음에 언제나 우리보다 한 클래스 높은 팀을 상대로 이길 가능성을
꿈꿀 수 있따는 것을 확인한 시간대였다. 박지성은 맨유의 별명대로 '습격자'였다.
포인트 4.
이동국투입
4-2-3-1의 공격형이 4-2-2-2의 공격형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당연히 미들진은 중앙으로 모이고 측면은 윙백들에게 전담하고 안에서 한명의 타겟형
스트라이커와 한명의 쉐도우 스트라이커를 첨병으로 골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 때까지와 다른 타입의 공격에 우루과이의 수비에 미미한 균열이 보였따.
포인트 5.
이청용의 골
본선에서 3경기동안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던 우루과이가 최초로 허용한 골이었다.
사실 박주영이 혼자서 적진 중앙에서 볼을 간수해서 결정적인 패스를 연결하는
장면이 간간히 나왔는데, 거기다가 우루과이에서 잘 모르는 포스트 플레이어가
더해지니 순간적으로 포스트에서 우위가 생겼고, 그 틈을 젊은 이청용은 결코 놓치지
않았다. 그 때의 한국국민들의 심장 박동수가 평균 몇 비트로 뛰었을지는 오직 신만이
알고 계시리라.
포인트 6.
김정우의 패스미스
동점의 긴장감 속에서 양팀의 선수들은 극히 미미한 흐름이 시합을 결정짓는 다는
것을 다들 근거는 없지만 확신하고 있었으리라. 모두가 다 2-1 승부의 냄새를 읽고
외나무 다리와 같은 긴장감을 느꼈을 것이다. 거기서는 마인드 컨트롤에서 승부가
나는데, 그때까지 잘 해오던 김정우도 여기서 그 끈을 놓친 것일까.
아니면 비에 공이 미끄러 진 것일까...
이 장면에서 내가 우리의 패배를 읽은 것은 우연이 아닐것이다.
실점을 허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적의 공세에 다소 위축되었다는 것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포인트 7.
수아레스의 골
아마 이것이 박주영과 수아레스의 차이일 것이다.
프랑스 리그와 네덜란드 리그의 위상은 동급이라고 볼 수 있다.
프랑스 리그의 상위 득점 랭커와 네덜란드 리그의 최고 득점자의 한 끝 차이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바로 포스트 중심축을 기준으로 5센티 밖과 5센티 안의 차이...
아무것도 아닌 차이겠지만, 그것이 한 경기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 수비의 실책은 없었다. 수비수들의 대인마크는 제 위치를
잡고 있었고, 수아레스를 막았어야 했을 위치는 전속력으로 홈으로 돌아오는 공격수
들에게 돌아갈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골키퍼의 미스도 절대 아니었다.
수아레스의 개인 능력과 거기에 약간 더해진 운이라고 밖에...
포인트 8.
이동국의 터닝, 그리고 슛
이것이 아마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찬스였을 것이다.
실점 이후 우리 수비들의 실수는 없었다.
시간이 촉박해지자, 이제는 수미지역이나 골키퍼나 수비수들에게서 바로 적의 골문
앞의 타게터들에게 롱패스로 요행을 노려보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기가막히게 찔러준 박지성의 낮고 빠른 롱패스를
절묘한 터닝 피봇으로 옵사이드 벽을 무너뜨리고
결정적인 찬스로 변신시킨 것은 이동국의 재능이 덧칠된 장면이라고 볼 만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이후의 한국 선수들에게서 뿜겨져 나오는 에너지는 다소 완화되었고, 눈빛도 어느정도
패배를 예감한 듯 했다. 공격 전개 속도는 느려지고, 수비도 최소한의 실수를 줄이는
쪽으로 전개되었다. 아마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피로감이 그것을 계기로 상기되었
을 것이리라.
평점
박주영 7
박지성 8
이청용 7.5
기성용 6
김재성 5.5
김정우 5
이정수 6
조용형 6
이영표 7
차두리 7
정성용 3.5
이동국 5.5
이동국 6
염기훈 5
참고로 오늘의 허정무의 전술은 나쁘지가 않았다.
한골을 먹는 걸 각오하고 두골을 얻어낼 각오로 짜낸 전술이었다.
수비를 과감하게 올리고 측면을 양쪽 다 올려서 조여오는 전술과 후반의 변칙
4-4-2 변주는 허정무치고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수교체 타이밍에 대해서는 지적받을 만했다.
빗속에서 평소보다 훨씬 지쳐가는 선수들에게 템포를 약간 쉬어가게 하는 쪽으로
도 유도하거나 혹은 이르거나 느린 타이밍으로 교체를 했어야 했지만,
염기훈 한 명으로 이 모든 것을 덮으려는 것이 오산이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그리스전 보다 더욱 향상된 경기력이었다.
분명 한국은 전력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었다.
우루과이와 한국은 동급의 상대였으며, 대체로 우루과이에게 운이 작용했었다.
이 이상은 누구도 까지 않을것이다.
수고한 그들에게 갈채를 조용히 줄 뿐이다.
# by | 2010/06/27 01:55 | 종교 및 잡담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