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 - a tale of memories 감상글 ; 시각연출의 힘이란...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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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07년 후반기 최고의 애니를 이 애니로 꼽습니다.

물론 지금 저는 클라나드를 무척 재밌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작화는 물론, 화면 구성에, 연출에, 이야기의 흐름도
무척 흡족하여, 방영 첫화에서 든 좋은 예감은 그대로 적중
할 듯합니다.

'그러나, 제게는 그 클라나드도 이 애니보다 임팩트는 부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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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애니에 대한 호평도 간간히 보이긴 하지만
의외로 반응은 조용한 편입니다.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사람들은 그다지 이 애니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이 
잘 나오지 않는 듯 합니다. 
물론, 그닥 알려진 애니는 아니었습니다.  미연시를 애니화한 그저
그런 애니들 속에서 '소비되어지는'애니 중 하나라고 인식될 법도 했
습니다.
그래서 몇 자 적어보려고 하니, 당장 난감한 일에 직면해버리더군요.


'이야기를 쓸게 너무 많습니다.'
장면 하나하나가 이야기 할 부분을 많이 유포하고 있는데,
그러자니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적어야 할 지 모르겠으며, 그렇다고
한 부분만을 이야기 하자니, 이 애니에서 숨어있는 많은 장면들을
미처 다루지 못하고 숲에서 나무 한 그루 편집해서 치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괜시리 정성들여 만든 애니에 미안한 마음마저
들더군요. 

'동화와 장면 전환이 압권입니다.'
옷깃하나 흔들리는 것, 머리칼 하나 나부끼는 것이 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에 일일이관여하고 있고, 장면 전환은 스토리의 보조가 아닌
거의 핵심적인 요소에까지 관여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런 것은 스샷으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아마, 이 애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으셨던 분들께서도
저와 같은 난감함을 겪으셨을 듯 하더군요. ^^;;
저도 글을 구상하면서 그걸 떠올리곤 쓴웃음이 나더군요.

어쨌든, 2007년의 4월 신작들이 수작에 명작후보들이 많아서 풍성
했다고들 많이 말씀하시고, 10월 신작들은 좀 한산했다고들 말씀하
시지만,
제게는 이 작품 하나가 10월 신작의 한산함을 확 메꿀정도로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0 저는 지금부터 이 애니가 어째서 뛰어났는 지를 말하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치명적인 내용밝힘도 좀 감수해야 할 글을 적습니다. ^^




이 이야기는 3쌍의 남녀들의 이야기 입니다.
이야기는, 히로인들의 심정을 중심으로 전개되죠.
제가 발견한 각 히로인들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야코 ; "내가 사라져버리는 것은 싫어"
케이   ; "히로오빠"
치히로 ; "(일기장을 가리키며) 이건, 나 자신이에요."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거리를 좀 굴려보고자 합니다.
그런데 그럴려면 거기에 앞서 제가 나중에 이 애니의 단점으로
꼽아서 다루고 싶은 부분 중 하나를 여기서 먼저 진단해야 하겠군요.
(나머지는 다음글에서 다룰예정입니다.  -제가 예정을 너무 잘 안
지켜서 죄송스럽지만요. ^^;;)

'이 이야기에서 케이의 마음은 잘 다루어 지지 않습니다.'
3인의 히로인이라기보다는 2.5인의 히로인체제였다고 할까요?
물론 거기에 대한 반론도 충분히 예상됩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은 심리의 묘사나,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케이를 불성실하게 다루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케이의 감정도 구구절절히 잘 이입되었습니다만, 문제는 이 애니
의 극강점으로 꼽을 수 있는 시각화된 상징연출에서 케이는
좀 비껴나가 있다는 말입니다.

치히로는 애니 내내 그런 묘사들이 압권이었으며, 미야코는 100
이라는 숫자를 모티브로, 두개의 씬의 연출이 나오는데, 그 두 장
면은 눈의 궤적을 확 붙들어매는 장면들이 널리고 널린 이 애니 속
에서도 최고의 임팩트를 자랑하지만, 케이에 대해서는 단지 달리는
몇 장면이나 슛을 하는 장면 등 소수의 장면 외에는 이
EF -a tale of memories가 스스로 자랑스러워 할 만한 바로 그
장점의 수혜를 잘 받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쉬운 대로 나머지 두 히로인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적어보고, 그래도 옥의 티로 지적할 만한 부분을 조금
지적하는 동시에 이 신인감독에 대한 바라는 점을 몇 가지 적어
보는 걸로 이 애니에 대한 말을 마치려고 합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아서 저도 어떻
게 글을 풀어 나가야 할 지 난감해 지거든요. ^^;;



0  "내가 사라져 버리는 것은 싫어"

이 애니는 상황과 이야기의 전개마다 엔딩이 변하고, 핵심 히로인
에 따라서 엔딩주제곡도 바뀝니다.  미야코가 가장 두드러진 화
에서는 그녀의 주제가 "I'm here"가 엔딩곡으로 나옵니다.
곡을 떠올리자, 곧바로 나는 여기에 있다고, 사라져 버리기 싫다면서
엉엉 우는 그녀가 떠오르는 군요. ^^
I'M HERE, 제작진은 그녀를 나타내는 키워드로 이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맞추어서 명연출을 두개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 연출은 숫자 100을 모티브로 두고 있죠.

그 장면을 보고자 합니다.

그녀가 히로에게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나타내는
부분입니다.



케이는 이전에 히로오빠에게서 미야코를 완전히 지워주겠다고
무섭게 째려 보면서 선언합니다.  (여자는 무서워요.... ^^;;)
지금까지 케이에게서 초연한 듯한 미야코가 그제야 무언가를
의식하기 시작한 듯 반응을 보입니다.



그 사건 후에 케이의 부상 때문에 미야코와의 데이트 약속을 펑크
내는 히로, 보통 그런 건 연애관련 이야기에서 질리도록 나오는
레파토리죠. 
그래서 우리는 정말 '또 그 패턴이야? 뭐 봐 주지... --'이런 마음
으로 보곤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 당사자들에겐 얼마나 처절한 상황인 지를 너무
도 잘 표현한 데 대해서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이건 케이와 히로의 에피소드가 나오는 동시에 미야코가 전혀 보이지
않았던 에피소드가 마무리되면서, 예고편 앞에 짠 하고 지나간 1초영
상입니다.


전달되지 않은 메세지의 숫자는 99건, 하나 모자란 100개.
시간이 흐르면서 입력된 메세지는 하나하나 늘어갑니다.


그리고 입력할 당시의 감정은 점차 고조되어 갑니다.


어찌보면 편집증같은 감정이 느껴질 정도로 옥죄어 오는 감정은
영상의 진행과 함께 음향효과도 불안감을 극대화 하는 효과를
동반하고, 마치 공포영화를 방불하게 하는 연출이 나옵니다.


자세히 보시면 한 구석에서 미야코를 그린 모습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을겁니다.  거기다 더해서 미야코역의 성
우분께서도 연기실력을 한껏 과시해 줍니다.  어떻게 절망적인지,
어떻게 절실한지, 어떻게 불안한지를 교과서적으로 연기해 줍니다.
그리고 점점 영상화면은 우에서 좌로 상에서 하로 까맣게
여져 갑니다.
저는 이것이 단순히 전달되지 못한 마음의 안타까움을 묘사한
장면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화가 끝나고 엔딩영상도 다 지나간 상황에서 추가로 더해진
듯한 짜투리 에피소드를 보고 저는 전율을 느낄 수 밖에 없었
습니다.


그 99건의 녹음된 메세지는 정말로 '지워졌'군요. 
그것도 미야코를 지워버리겠다고 선언한 바로 그 케이에게 의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그 메세지는 히로에게서 정말로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미야코의 마음은 전달해야 할 목적지를 잃고 표류
하다가 소거 당해버렸습니다.
그게 아까 연출에서 화면이 검게 칠해져 가던 사건의 진상이였던
것입니다.


정말 간만에 애니 보면서 이런 연출을 보는군요.
정말 오금이 저리고 머리끝이 쭈뼛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0 그 '지워진' 미야코가 어떻게 되는 지를 다루는 부분도
이후에 10화에서 완벽하게 수미쌍관을 이루면서 또 한 번의 명연출로
잘 마무리지었습니다.



결국 나기에게서 떠나려는 미야코,
그래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에게서 격려를 얻어
마지막으로 공중전화를 사용해서 전화를 겁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 공중전화 박스의 모양이 모래시계처럼 되어
있는 점 입니다.  이는 이후의 연출방식을 암시하는 거죠. ^^
그런 센스에 또다시 흐뭇하면서 저는 이 장면에 몰입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뜨고있고, 전화카드에 남은 통화 시간은... 100초군요.
1초, 1초가 지나면서 이제야 비로소 면전에서 하지 못했던
솔직한 심정을 서로 이야기 하고, 해야 했던 말을 하게됩니다.


해는 점점 떠오르고


시간은 점점 깎여가고


언성은 점점 높여지고


대화는 점점 진솔하게...


태양은 점점 떠올라서 주위를 찬란히 비추건만,


미야코의 모습은 태양빛에 점점 희미해져 갑니다.


시간은 점점 모래시계가 흘러내리듯이 재촉합니다.


그리고 1초가 남았을 때
비로소 나기가 해 줘야할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100초의 시간이 있음에도 1초가 부족해서 해야 할 말
을 다 전달받지 못하는군요.  결국 전화카드의 시간은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듯이 끝나버렸습니다.


태양은 완전히 수평선을 비집고 올라와 미야코의 잔영을
하얗게 지워버립니다.  이 때의 색감을 주목해 보십시요.


미야코는 이번에도 또 타의에 의해서 자신이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
가 하는 마음에 실의에 빠지고 주저앉습니다.
정말 우연도 이렇게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 무슨 운명의 장난감이
된게 아닌가 하면서 회의에 빠져버릴 수도 있을 법 하군요.
지금의 색감은 '사라져 버린' 미야코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감일 겁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언어 한방울이 수면에 떨어져
사라져 버린 미야코에게 색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마치 다 떨어진 모래시계를 뒤집듯이...


그 뒤에는 히로가 있었습니다.


지금 미야코의 세상색은 애니제작사 샤프트가 자랑하는 바로
그 화려한 천연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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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에서 하나 모자란 문자메세지는 케이에게 삭제 되어버
렸지만, 히로에게 용기를 내서 전화한 100초의 시간은
다시 미야코를 'I'm here' 라고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100초로도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100초의 전화 연출은 1초가 부족한 채 끝난 것입니다. 
거기서 나기가 더해줘야 메세지는 완성되었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라져버린 99건의 메세지 하나하나를 되살리는
듯한 100초의 연출이 필요했던 것이고, 또한 한 사람 외에 다른 한 사람의
노력이 필요했기에 그 100초의 연출에 더한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
이었습니다.  연인관계에 일방은 없죠. 
서로가 반응하고, 서로가 화답을 해야 그 관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99건의 메세지수미쌍관을 이루는 연출이라고 저는 봤습니다.

굳이 뭐가 어떻고 뭐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구구절절 말할
수 없는 분들께서도 이 애니의 이 부분을 보셨다면,
그 의미가 강렬하게 확 전달되었으며, 또한 마음을 움직
였다고 고백하실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정말 만족스러웠답니다.

 

0 그리고 이 애니 전반에서 강조되었던 치히로와 렌지를
중심으로 하는 연출 중에서 특출났던 부분을 되짚어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건 다음글에...
(직장에서 돌아와서 피곤하네요.  좀 자야겠습니다. ㅠㅠ)

by Joshua77 | 2008/01/10 00:25 | 애니메이션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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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길과 그림자, 그리고 달과 태.. at 2008/07/03 02:45

... of memories의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내용 밝힘도 포함하고 있으니 유의하시기바랍니다.이 감상글은 이전에 반 년 전에 쓴 감상글의 뒷부분 입니다.그 링크는 여기에 있습니다.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적어 보고 싶네요.제가 렌지 이녀석을 봤을 때, 정말 괜찮은 녀석이라고 봤습니다.생긴 건 강아지같이 귀여운 녀석이 제법 기특하게 성실하 ... more

Commented by 리샤오란 at 2008/01/10 01:13
저 부재중 전화에서는 진짜 그냥 평범하게 보고 있다가
완전히 깜짝 놀라버렸다죠. 거기다 새벽에 보고 있었는데.-.-;;;
다른 애니 많이 봐도 그렇게 무서운건 별로 없었는데,
저장면에서는 진짜 무서워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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