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우려 - 촛불집회

자꾸 여기에 대해서 포스팅을 적게 되는데, 제가 직접 참가 해 본 것이라서
더욱 관심이 가지는 듯 합니다.

지금은 솔직히 우려스럽습니다.
촛불 집회를 통해서 제가 알게된 것이라고는
"정말 100만명, 아니 1000만명이 촛불집회에 나온다고 해도
2MB은 절대로 MY WAY를 포기하지 않겠구나."
라는 것입니다.

촛불 집회의 힘은 이전의 시위에서 볼 수 없는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현장성과
재기발랄함, 다양한 계층의 그 대표성이 강점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나, 그 '깨끗한' 강점은 그 '깨끗함'의 수호가 사라질 때 또 다른 대중의 냉소를
얻을 수 있는 태생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거 봐, 역시 시위하는 X들 치고 폭도들이 아닌 경우가 없어.'
하는 정론을 가장한 자신의 정체성 (뭐, 사람은 자기가 틀렸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상대방이 틀렸다는 것을 찾는게 더 본능에 가깝죠.  경상도에 거주하는 저는 그것을
잘 압니다.  죽어도 한나라당(민정당 - 민자당 -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려고 안하죠. 별 것도 아닌 것에 정말 자신의 자존심을 거는 듯 말입니다.)
을 지키려는 의견이 일순간에 득세할 기회는 언제든지 상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권을 잡았던 사람들, 특히 개발독재를 신봉했던 시절을 누렸던 분들께서는
더욱 더 그 점을 잘 알고 있죠. 
그들에게 '깨끗한 척'하는 시위대의 가면을 벗겨버릴 기술들(!)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지금 제가 보기에는 촛불시위는 점점 몰리고 있습니다.
앞에서는 입으로는 말 잘듣겠다고 하고는 뒤로는 아무 행동이 없는 MB의 MY WAY송
이 울려퍼지고,
뒤에서는 점점 그 순수성을 의심하고, 그 징후가 보이는 즉시 뜯어먹을 준비를 하는
송골매처럼 노려보는 시선들이 있습니다.  (그 시선들도 요 몇달동안 답답했을 겁니다. 
자기가 틀린 선택을 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을건데, 시위대는 깨끗하다고 나대고,
정권은 어이없는 촌극판을 벌리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도 좀 살맛나는 듯
합니다.) 과연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까요?

매일 촛붓집회 저녁이후마다 반복되는 그 시도, "청와대 앞까지 진출"이 과연
만병통치약일까요? 
그 점에 대해서는 저는 노통의 의견과 같이합니다.
'우리의 CEO는 그런다고 들을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 언제까지 시위를 해야 할까요? 6.10일이 지나면요?
대학생들은 기말고사를 봐야하고, 중고등학생들도 시험보고 입시준비하고 밀린
학원을 가야 합니다.  주부들도 가정을 팽개칠 수는 없습니다. 
직장인들도 피로가 누적되면서 몸이 못버팁니다.
그럴 때 즈음에 다시 조중동은 지금까지 수집해 두었던 촛불시위의 부정적인
면모들을 쫙 기사화합니다. 
......

'착한 척(착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그렇게 보이도록 노력했다는 말입니다.)'하는
대상은 결국 적을 만들어 둡니다. 
그래서 결국 촛불시위도 점점 국민의 '등 떠밂'이 약해짐을 느끼고 흐지부지 되는 건
아닐지...

부산 촛불 집회를 다녀와도, 그 진행이 정말 수상스럽습니다.
시위의 효과와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시위의 힘이 점점 빠지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른 지방에서도 그러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방식을 변화시켜
줄 무언가가 지금으로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에 비해서 부산의 시위는 무력하게
보였고, 또한 그것이 부산만의 상황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이러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제게는 지금의 촛불시위의 미래는 어두워 보입니다.
촛불은 평화를 상징하는데 효과적이긴 하지만, 미풍에도 흔들리고, 잘 꺼집니다. 
그게 통탄스럽네요.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인들이 제일 국민에게 두려워 하는 것이 뭘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모저모 생각해도 역시 답은...
투표 밖에 없더군요. 
노통 말마따나 18대 국회를 압박하는 것이 정치인들에게는 더욱 효과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듯 합니다.  촛불 시위 1만명 더 참가하는 것보다 득표율 1% 더 낮아지는 것에
호들갑 떨 그들이지요.

그런데... 다음 투표는 멀었다는 것에서 또 통탄스럽네요.  이미 중요한 두 선거는
지나갔으니 말이죠.  남은 긴 시간을 '소통과 복구'에 쓰기보다는 '일방통행과 치장'
에 쓰기 쉬운 그들임을 확연히 확인했으니 마음이 천근 같습니다. 
누군가 지금의 촛불시위의 난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주기를 바랍니다.
'니가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지금 제 생각에서는 이런 '답없는
상황'만 계속 펼쳐지네요.  누군가 긍정적인 그림을 그려 줄 분 안계신가요?

by Joshua77 | 2008/06/09 19:08 | 종교 및 잡담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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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로리 at 2008/06/09 19:19
문제는 당장은 투표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국회의원들도 공천을 두려워하죠 -_-; 국회의원 선거가 너무 긴 시간이 남았습니다.
Commented by Joshua77 at 2008/06/09 19:48
저만 이런 생각하는가 하면서 글 써놓고, 이글루 밸리에 가보니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수두록 하군요.

우리와 상대하는 정치인들은 '정치'가 일상이지만, 우리는 '일상'을 잠시 제쳐두고 '정치'와 맞대면 한 것이니,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일상'에 복귀해야할 압박이 커지는 우리는 필연적으로 와해되기 쉽습니다. 촛불집회가 장기화 될 만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듯 합니다.
Commented by 핀투리키오 at 2008/06/09 23:18
이런 대규모 집회는 오래 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죠....6.10이 고비인 듯 하고, MB가 지금같은 치명적인 말 실수만 안 하면 사그라들 가능성이 크겠죠. 그래서 저렇게 뻔뻔하게 버티고 있는 듯........뭔가 전환이 필요하긴 합니다. 이 에너지를 생산적인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Commented by eternium at 2008/06/10 11:36
쩝....진짜....뭔가 좋은 방법이....저의 얕은 지혜가 원망스럽습니다.
진짜,'뭡니까 이게.쥐박이 나빠요.딴따라당 나빠요'라는 말밖에 안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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