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 - a tale of memories 감상글 ; 시각연출의 힘이란... (下)

이 이후로 이어지는 글은 07년 10월부터 방영된 ef- a tale
of memories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내용 밝힘도 포함하고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감상글은 이전에 반 년 전에 쓴 감상글의 뒷부분 입니다.
그 링크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적어 보고 싶네요.

제가 렌지 이녀석을 봤을 때, 정말 괜찮은 녀석이라고 봤습니다.
생긴 건 강아지같이 귀여운 녀석이 제법 기특하게 성실하기도
하고,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구석도 많아서 상당히 맘에 들었
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이 귀여운 남자애의 목소리를 빌린 형식으로
무언가 글을 적어 보고 싶어지네요.



운명이었다는 진부한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어느 새 치히로는 내 마음에 당연한 듯이 예 와 있었죠.
조각퍼즐의 마지막 조각처럼, 내 마음에 딱 들어와 버린 작은
울새같은 아이.


그리고 치히로의 비밀이야기의 공범이 된 순간, 저 또한 13시간의 굴레를
쓰게 되었습니다.

"치히로,
사람의 본질을 기억이니?
기억에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일까?
네가 내밀어 준 일기장이 바로 너일까?"


"이것은 내 자신이에요."
누구도 쉽게 아니라고 할 순 없을겁니다.  바로 그녀 앞에선요.



치히로가 다른 사람에게서 잊혀지는 것이 더 두렵다는 말에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싶어하는 것으로 봐도 될까요?
그 누군가가 저 렌지가 되면 알될까요?
저도... 그녀에게 의미없는 사람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받아들여도 될 지 모르겠습니다.

간혹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서 강한 그늘을 볼 수 있는데서,
전 오히려 안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늘조차 없다면...
정말로 사라져 버린 치히로가 되었을테죠?

치히로의 꿈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
13시간을 넘어서 이어진 세계에서 살고 있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전 그걸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웬지 치히로에게서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가시돋힌 몸부림이 오히려 간절함을 나타내고

마치 쓰러지려는 치히로를 지탱하려는 몸부림으로 느껴져서.

그래서 오히려 제가 더욱 짓궂어지는 것 같습니다.
진심을 담은 장난으로 말이죠.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모르겠어.
너도 알고 하는 말이니?
남자애들은 단순히 좋아한다는 말보다,
그런 말에 더더욱 두근거린다는 걸 말야."

'이전의 렌지군은 정말 좋았는데, 지금의 렌지군은 너무 짖궃어서
싫어요...' 라니,  그것도 그런 표정을 지으면서 말입니다.
사랑스러운 마음과 난처한 마음이 휙 저이면서, 따뜻한 마음의 거품이
일어서 그 거품으로 널 그냥 감싸버리고 싶어지는... 이런 마음을 뭐라고 해
야 할까요?


"그냥 단지 너를 원하는 것은 아냐.
네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 주고 싶고, 그래서 행복해 하는 네 옆에
서서 흐뭇하게 바라보고도 싶었어.  네 꿈을 이루는데 도와주고
싶었어.  사랑하게 되면, 이런 욕심도 생기는가봐, 치히로."


사랑이 아프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지만...
정말 피흘리게까지 사랑하는 건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에서 흐르는 피가 더 쓰리지만, 나는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도저히 알 수가 없군요.  지워진 기억 속에서만 살았던 저는, 치히로 그녀
에게 너무도 무력해서...  아니, 무가치해서...  아니, 무존재해서...
선뜻선뜻 이 사랑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기도했습니다. 


제 마음이 단순한 충동이거나 동정심이었으면, 여기서 저는
멈추었을텝니다.  그러나, 저는 제 사랑을 증거하고 싶습니다. 

치히로는 스스로를 너무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그녀의 모든 하루를 영화로 찍어서 감상하면서 스스로를
품평하듯이 말이에요.
어쩌면 그래서, 소설 속의 소녀를 이야기 하는 것이 마치 그녀 자신을
이야기 하는 것처럼 슬프게 느껴져, 그리고 그 소녀의 내용이 과격하면
과격할 수록... 제 속의 불안감은 경보를 울리곤 하죠.
부러 그 경보는 무시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제 십자가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소설은 완성되었습니다.


치히로의 정면을 비켜간 시선은 
제 속에 웅크린 불안함 때문일겁니다.
그러나, 지금을 즐겁게 하지 않으면 치히로와 그 어떤 행복한 시간도
제대로 누릴 수 없겠죠?
오직 지금은 그녀와의 파티시간.


반쯤은 난처하고, 반쯤은 사랑스러운 상황이 바로 데이트에 나온 그녀가
울보인 상황일겁니다.  치히로처럼 말이죠.
제 눈에 흔적을 남긴 장면 장면을 모아보면, 형형색색 빛나는 화면들이었습니다.
빛이 오른쪽에서 비쳐와 왼쪽에서 비치는 때로 지날 때까지,
13시간 이내의 공간에서 우리는 기쁘고, 또 기뻤습니다.

정말이지, 그녀는 저를 난처하게 만들려고 제게 다가왔는가 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난처함은 노란 빛을 띈 따뜻한 것이었다면,
이후로 벌어질 난처함은 차가운 검푸른 빛을 띈 날카롭고 치명적인 것
이었습니다.


소설을 펴서 읽어봅니다.
어째서 그녀의 손과 소설 외의 공간은 검은 색으로 보이는 지...

문자의 하얀 배경위에 산산히 던져진 그녀.
그리고 검푸른 하늘빛 아래 그녀는...

이전에 그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그렇게 그녀는 자신을 저 바닥 아래로 내던져 버렸습니다.
그녀는 그래뵈도 소설가 지망생,  그녀가 어떻게 제게 상처를 주었을 지
이미 다 알아버렸을 것입니다.
그 반복되는 상처 주는 것을 이제는 끝내기 위해, 그녀는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소중한 쓰레기조각들을 찢어 저 바닥아래 던져 버립니다.

...

얼마간 울었는 지 모릅니다.
얼마간 제 속을 스스로 헤집었는 지 모릅니다.
그녀의 상냥함이 더더욱 칼이 되어 제 오장육부를 북북 휘젓고
이것이 저와 그녀의 마지막이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
"설마?"

"이게... 히무라씨가 말한 기적일까?"

하늘색이... 차가운 검푸른 색이 아니라, 따뜻한 노란 빛을 띄고 있습니다.
그리고... 있을 리 없는 그 조각이 보입니다.
그녀의 기억도 있을 리 없는 파편일진대...

그렇다면,
저는 섬광처럼 스쳐지나는 기적의 가능성 한 조각이라도
붙잡아서 내 것으로 하고야 말 겁니다!


기적은 신께서 여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적의 가능성은 제가 여는 것입니다.
따뜻한 노란 빛이 차 있는 공간, 추억의 붉은 해변빛 공간을 두루두루 거쳐서
저는 이 모든 곳을 되짚어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그녀가 있었습니다.


"치히로!!"



4년, 13시간의 사슬은 똑같은 고리가 가로세로 얽혀서
만들어진 그녀의 기억... 그리고 그 사슬이 부서지는 기적,
그 기적에 힘입어서...
그 일기는 더 이상 그녀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소설속의 그녀도 현실로 뛰쳐나와 치히로의 목을 옥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것(일기)은 제 자신이에요."

이 언어가 그녀를 옭아맨 사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슬은 지금 부숴집니다.


그 날 밤 그녀가 일기를 찢어버린 그 옥상의 빛은 검푸른 공간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그녀에게 고백한 모래사자의 빛은 주황색 공간이었습니다.
저를 본 그녀는 저기 벤치의 검푸른 공간에서 뛰쳐나와, 주황색 물들은
제 가슴에 안겨옵니다.

그게 저와 치히로의 사랑이야기였습니다.




일단 이렇게 치히로를 주제로 한 렌지의 입을 빌린 이야기를 적었군요.
그런데, 역시 제가 적으면... 기네요. ^^;;;;

세세한 연출, 색감, 앵글, 장면구성, 상징성등등 하나하나 짚어가며
칭찬할 거리가 너무도 많은 이 작품이지만, 저는 여기까지만 글을 끄적이고
갑니다.

이제는 2기 소식이 들리는군요.
저는 이 ef - a tale of memories 애니가 이만하면 할 이야기를 거의
다 했고, 조연인 히무라와 의문의 소녀(유코)의 이야기정도만 1,2화 정도로
OVA로 정리하면 될 듯하다고 내심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원작에서는
이야기가 더 있었나 봅니다.

샤프트의 스탶진들이 그대로 만든다고 하니, 그 퀄리티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딱 1년 만에 돌아올 이 애니를 저는 다시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
고 있습니다.
신보감독이 직접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 밑에서 계속 그 스타일을 맞춰온
오오누마 신 감독님께도 제가 계속 관심을 가지며 보고 싶습니다.
샤프트가 옴니버스식의 구성이 아닌, 하나의 이어진 이야기에서도
이런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연출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으니, 앞으로 애니제작사 샤프트에 대해서도 더욱 기대치를 높여서
볼 수 있을 듯 하군요.

6개월만에 글을 맺습니다. ^^;;

by Joshua77 | 2008/07/03 02:45 | 애니메이션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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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로리 at 2008/07/03 02:57
가장 치히로의 궁금한 점은 초등학교 때 사고를 당해서 기억이나 의식이 정지해 있는데 어떻게 그것을 할 수 있었을까요? 역시나 초딩은 의외로 조숙해서? 음... 음.... ^^;
Commented by 까초니 at 2008/07/03 05:28
이미지가 전부 엑박인건, 잠시 오류가 있어서 그런가요..;;
Commented by Joshua77 at 2008/07/03 10:27
다른 지역 컴퓨터로 들어와 보니 전부 엑박이군요. 이글루에서도 링크 오류가 있나... 알 수가 없네요.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가서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Joshua77 at 2008/07/03 18:20
일단 이미지를 복구했습니다. 저번에 그렇게 시문관련글과 건그레이브 관련글도 날라갔는데... 제 환경에서는 무언가 이글루와 안맞는게 많은가 봅니다. 텍스트 편집도 잘 안맞는 일이 많고요... ㅠㅠ
Commented by Penguin at 2008/07/09 02:49
검색 중 혹시나 하고 들어와봤는데, 애피 감상게시판에서 자주 뵙던 조슈아님 블로그가 맞군요. 다른 감상문도 몇개 더 보았습니다. 역시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치히로 쪽 줄거리가 그렇게 감동적으로 들어오지는 않았었는데 조슈아님 감상문을 보니 웬지 잘못을 범한 느낌이 드네요 ㅋ

트루 티어즈 감상문도 보고싶지만 아직 감상을 끝내지 못한 상태라 차마 볼 수가 없는 게 정말 아쉽네요. 예전에 크르노 크루세이더 감상문울 쓰기 전에 조슈아님 글을 보게 되었는데, 그 뒤로 어떻게 글을 써도 그 감상문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던 가슴아픈 기억이 있어서요 -_-a

블로그 잘 보고갑니다~
Commented by Joshua77 at 2008/07/10 00:33
로리님/
때론 말씀안하시는게 나은 것도 있는 법이죠.. 흠흠...

펭귄님/
반갑습니다. 제가 살짝 가보니 웬걸, 펭귄님께서 훨씬 정갈하고도
치우치지 않게 잘 쓰고 계시던걸요...
제가 다 송구스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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