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03일
ef - a tale of memories 감상글 ; 시각연출의 힘이란... (下)
이 이후로 이어지는 글은 07년 10월부터 방영된 ef- a tale
of memories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내용 밝힘도 포함하고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감상글은 이전에 반 년 전에 쓴 감상글의 뒷부분 입니다.
그 링크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적어 보고 싶네요.
제가 렌지 이녀석을 봤을 때, 정말 괜찮은 녀석이라고 봤습니다.
생긴 건 강아지같이 귀여운 녀석이 제법 기특하게 성실하기도
하고,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구석도 많아서 상당히 맘에 들었
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이 귀여운 남자애의 목소리를 빌린 형식으로
무언가 글을 적어 보고 싶어지네요.
운명이었다는 진부한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어느 새 치히로는 내 마음에 당연한 듯이 예 와 있었죠.
조각퍼즐의 마지막 조각처럼, 내 마음에 딱 들어와 버린 작은
울새같은 아이.


쓰게 되었습니다.
"치히로,
사람의 본질을 기억이니?
기억에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일까?
네가 내밀어 준 일기장이 바로 너일까?"


"이것은 내 자신이에요."
누구도 쉽게 아니라고 할 순 없을겁니다. 바로 그녀 앞에선요.




치히로가 다른 사람에게서 잊혀지는 것이 더 두렵다는 말에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싶어하는 것으로 봐도 될까요?
그 누군가가 저 렌지가 되면 알될까요?
저도... 그녀에게 의미없는 사람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받아들여도 될 지 모르겠습니다.


전 오히려 안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늘조차 없다면...
정말로 사라져 버린 치히로가 되었을테죠?
치히로의 꿈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
13시간을 넘어서 이어진 세계에서 살고 있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전 그걸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웬지 치히로에게서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진심을 담은 장난으로 말이죠.










너도 알고 하는 말이니?
남자애들은 단순히 좋아한다는 말보다,
그런 말에 더더욱 두근거린다는 걸 말야."
'이전의 렌지군은 정말 좋았는데, 지금의 렌지군은 너무 짖궃어서
싫어요...' 라니, 그것도 그런 표정을 지으면서 말입니다.
사랑스러운 마음과 난처한 마음이 휙 저이면서, 따뜻한 마음의 거품이
일어서 그 거품으로 널 그냥 감싸버리고 싶어지는... 이런 마음을 뭐라고 해
야 할까요?
"그냥 단지 너를 원하는 것은 아냐.
네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 주고 싶고, 그래서 행복해 하는 네 옆에
서서 흐뭇하게 바라보고도 싶었어. 네 꿈을 이루는데 도와주고
싶었어. 사랑하게 되면, 이런 욕심도 생기는가봐, 치히로."
사랑이 아프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지만...
정말 피흘리게까지 사랑하는 건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에서 흐르는 피가 더 쓰리지만, 나는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도저히 알 수가 없군요. 지워진 기억 속에서만 살았던 저는, 치히로 그녀
에게 너무도 무력해서... 아니, 무가치해서... 아니, 무존재해서...
선뜻선뜻 이 사랑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기도했습니다. 




멈추었을텝니다. 그러나, 저는 제 사랑을 증거하고 싶습니다. 



마치, 그녀의 모든 하루를 영화로 찍어서 감상하면서 스스로를
품평하듯이 말이에요.
어쩌면 그래서, 소설 속의 소녀를 이야기 하는 것이 마치 그녀 자신을
이야기 하는 것처럼 슬프게 느껴져, 그리고 그 소녀의 내용이 과격하면
과격할 수록... 제 속의 불안감은 경보를 울리곤 하죠.
부러 그 경보는 무시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제 십자가라고 생각했으니까.



제 속에 웅크린 불안함 때문일겁니다.
그러나, 지금을 즐겁게 하지 않으면 치히로와 그 어떤 행복한 시간도
제대로 누릴 수 없겠죠?
오직 지금은 그녀와의 파티시간.





반쯤은 난처하고, 반쯤은 사랑스러운 상황이 바로 데이트에 나온 그녀가
울보인 상황일겁니다. 치히로처럼 말이죠.
제 눈에 흔적을 남긴 장면 장면을 모아보면, 형형색색 빛나는 화면들이었습니다.
빛이 오른쪽에서 비쳐와 왼쪽에서 비치는 때로 지날 때까지,
13시간 이내의 공간에서 우리는 기쁘고, 또 기뻤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난처함은 노란 빛을 띈 따뜻한 것이었다면,
이후로 벌어질 난처함은 차가운 검푸른 빛을 띈 날카롭고 치명적인 것
이었습니다.

소설을 펴서 읽어봅니다.
어째서 그녀의 손과 소설 외의 공간은 검은 색으로 보이는 지...







그리고 검푸른 하늘빛 아래 그녀는... 








그녀는 그래뵈도 소설가 지망생, 그녀가 어떻게 제게 상처를 주었을 지
이미 다 알아버렸을 것입니다.
그 반복되는 상처 주는 것을 이제는 끝내기 위해, 그녀는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소중한 쓰레기조각들을 찢어 저 바닥아래 던져 버립니다.
...
얼마간 울었는 지 모릅니다.
얼마간 제 속을 스스로 헤집었는 지 모릅니다.
그녀의 상냥함이 더더욱 칼이 되어 제 오장육부를 북북 휘젓고
이것이 저와 그녀의 마지막이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늘색이... 차가운 검푸른 색이 아니라, 따뜻한 노란 빛을 띄고 있습니다.
그리고... 있을 리 없는 그 조각이 보입니다.
그녀의 기억도 있을 리 없는 파편일진대...
그렇다면,
저는 섬광처럼 스쳐지나는 기적의 가능성 한 조각이라도
붙잡아서 내 것으로 하고야 말 겁니다!







그러나, 기적의 가능성은 제가 여는 것입니다.
따뜻한 노란 빛이 차 있는 공간, 추억의 붉은 해변빛 공간을 두루두루 거쳐서
저는 이 모든 곳을 되짚어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만들어진 그녀의 기억... 그리고 그 사슬이 부서지는 기적,
그 기적에 힘입어서...
그 일기는 더 이상 그녀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소설속의 그녀도 현실로 뛰쳐나와 치히로의 목을 옥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것(일기)은 제 자신이에요."
이 언어가 그녀를 옭아맨 사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슬은 지금 부숴집니다.
그 날 밤 그녀가 일기를 찢어버린 그 옥상의 빛은 검푸른 공간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그녀에게 고백한 모래사자의 빛은 주황색 공간이었습니다.
저를 본 그녀는 저기 벤치의 검푸른 공간에서 뛰쳐나와, 주황색 물들은
제 가슴에 안겨옵니다.
그게 저와 치히로의 사랑이야기였습니다.
일단 이렇게 치히로를 주제로 한 렌지의 입을 빌린 이야기를 적었군요.
그런데, 역시 제가 적으면... 기네요. ^^;;;;
세세한 연출, 색감, 앵글, 장면구성, 상징성등등 하나하나 짚어가며
칭찬할 거리가 너무도 많은 이 작품이지만, 저는 여기까지만 글을 끄적이고
갑니다.
이제는 2기 소식이 들리는군요.
저는 이 ef - a tale of memories 애니가 이만하면 할 이야기를 거의
다 했고, 조연인 히무라와 의문의 소녀(유코)의 이야기정도만 1,2화 정도로
OVA로 정리하면 될 듯하다고 내심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원작에서는
이야기가 더 있었나 봅니다.
샤프트의 스탶진들이 그대로 만든다고 하니, 그 퀄리티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딱 1년 만에 돌아올 이 애니를 저는 다시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
고 있습니다.
신보감독이 직접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 밑에서 계속 그 스타일을 맞춰온
오오누마 신 감독님께도 제가 계속 관심을 가지며 보고 싶습니다.
샤프트가 옴니버스식의 구성이 아닌, 하나의 이어진 이야기에서도
이런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연출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으니, 앞으로 애니제작사 샤프트에 대해서도 더욱 기대치를 높여서
볼 수 있을 듯 하군요.
6개월만에 글을 맺습니다. ^^;;
# by | 2008/07/03 02:45 | 애니메이션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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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티어즈 감상문도 보고싶지만 아직 감상을 끝내지 못한 상태라 차마 볼 수가 없는 게 정말 아쉽네요. 예전에 크르노 크루세이더 감상문울 쓰기 전에 조슈아님 글을 보게 되었는데, 그 뒤로 어떻게 글을 써도 그 감상문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던 가슴아픈 기억이 있어서요 -_-a
블로그 잘 보고갑니다~
때론 말씀안하시는게 나은 것도 있는 법이죠.. 흠흠...
펭귄님/
반갑습니다. 제가 살짝 가보니 웬걸, 펭귄님께서 훨씬 정갈하고도
치우치지 않게 잘 쓰고 계시던걸요...
제가 다 송구스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