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리를 딛고 일어나면서 써갈긴 글


분향소를 일어나며


손바닥을 털털 털고 일어났더라.
좌우를 보고, 앞뒤를 보고, 상하를 보았더라.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인 나를 보아라.

여기까지 슬퍼하기로 하자.
다시 말하지만, 여기까지만 슬퍼하기로 하자.
어금니 깨물며 참고 말하되, 딱 여기까지만 슬퍼하기로 하자.

지금 네가 지고 있는 짐은 과연 누가 지워준 것이었다면,
지금 네가 이고 있는 빚은 과연 누구를 향한 채무였다면,
그 눈물을 그냥 땅에 떨어진 것이 되어선 안될 것이렸다. 

네 눈앞에서 노란 봉황은 부엉이바위 위에 추락하였다.
날개를 접이고, 부러뜨리고, 뜯어내고, 낭떠러지로 밀어냈더니...

묻건데, 너는 오히려 비로소 비상했다고 믿는가?

누군가 내가 흘릴 피를 대신 흘려서 구원받는 것이 가능하다면,
또 누군가 내가 치룰 대가를 대신 치뤄서 쟁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러니 형제자매들아, 우리 몸을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지는 못한다고 해도
피묻은 손에 쥐여진 담배는 한모금씩 빨아보자꾸나.

담배연기는 머리를 풀고 한 없이 자유롭게 날아갔으렸다.
담배연기는 좌도 우도 남도 북도 없이 스스럼 없이 퍼져나갔으렸다.
담배연기는 스스로를 뜨겁게 태워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 잠시라도 위안을 줬으렸다.

그거면 된다.
거창한 혁명이니, 불굴의 열사니
오히려 스러진 이에게는 너무도 부담스러웠으렸지 않겠는가.

그래도 한 마디 더 해 보고 싶다면...

그제야 당신이 그리웠다고 목놓아 울어도 될 일일게다.




(누군가 제게 시인이라고 부르셔서, 그제야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아예 오늘의 기분을 이렇게 시적인 형식을 빌려서 끄적여 봅니다.
슬피 울고나서, 그러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라는 고민은 생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무언가 느끼느 바 는 있을 것이고 다짐하는 바 도 있겠지요.
저 역시 이제는 이 나라에서 일아나는 일들을 다소 전투적인(?) 시각으로 임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앞서지만, 그 역시 한 때의 기분에서 끝날 수 있겠죠.  저는 생각보다 망각의 동물이
니까요. 
그러나, 그 망각을 넘어서 제게 건설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다면? 
아마, 저 세상에서 고인을 혹 만나 볼 수 있다면, 그 때 우리는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미안한 마음과 반가운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하나로 아우려서 고인과 덕담할 꺼리는 하나
만들어 놓는게 되겠죠.  저는 그런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by Joshua77 | 2009/05/30 02:15 | 종교 및 잡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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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담배연기 at 2009/05/30 02:46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Ezdragon at 2009/08/11 02:22
이게 벌써 2달전이네요... 겨우 2달만에 잊혀질 사건이 아닌데, 요새 벌써 이 사건을 과거로 생각하는 분위기를 몇번 접해서 매우 실망하고, 또 두려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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