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8월 18일
(근조) 그 길이 흡수해야할 피가 아직도 충분하지 못했던 겁니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무엇을 위해 죽는다'라는 말이 가장 힘들게 이루어지는
형태는 무얼까 하고 말이죠.
이를테면 '연인을 위해 죽는다'라는 약속을 지키기에 가장
힘든 방법의 성취는 바로 '결혼해서 평생을 그 연인을 위해
서 자신의 행복과 기쁨보다는 그녀를 위해서 인생 전체를
소모시켜서 늙어죽어가는 것'의 형태가 아닐까 하는데 여러
분도 거기에 동의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를 위해 한 번 몸던져서 생명을 바치는 것보다 훨씬 어렵
고 고통스러운 약속이행의 과정이 그런 것이 아닐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이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민주화 운동은 누구 한사람의 십자가가 절대로 아닙니다.
수 많은 사람의 불편함과 두려움을 넘어선 행동과 재산적인
손해와 시간적인 낭비와 인간관계의 희생, 물리적인 고통,
나아가서 흘린 피의 소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만큼은 이땅의 민주화를 떠올리며 누구
한 분을 위해서 잔을 들어야 하는 날이 되기를 기원하게 되는군요.
죽을 고비가 몇 번 지나갔는지도 모르고, 이미 처형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적도 거쳐갔지만, 그도 이번만큼은 죽음을 비껴나가지는
못했군요.
30초반의 아직 앳된 나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어서 5.16쿠데타
점령군앞에서 어짜피 취소당할 당선신고를 알면서도 올리러 갔던
그 젊은이. 그 젊은이가 훗날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우리나라의
민주화의 두 상징이 되어버리게 될 지를 그를 막아선 계엄군 위병은
꿈에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아가 대한민국 역사상 첫 정권교체 대통령이 되었으며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을 만들고 더 나아가서 노벨평화상까지 받게될 줄을 말입니다.
제 눈으로 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뭐, 이상적인 분은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먼저 서거하신 노통이 제겐 더욱 이상적인 모습에 가까웠었죠.
정책의 약점들, 민주화운동 전개당시의 문제점들, 혹은 도덕적으로
바르지 못했던 약점들... 그러나 그런 문제점들을 말하기에는 이미 이
분의 상징적인 의미들이 거대하게 압도해 버린 후가 어느덧 되어버렸죠.
한국 현대사의 거인은 졌습니다.
그를 싫어했건, 존경했건, 돌팔매를 던졌건, 슨상님하면서 떠받들었건...
오늘만은 그를 추모합시다.
누가 뭐라고 하건 그의 인생은, 제가 앞서 말한 그 '평생을 소모시켜서' 대한
민국의 민주화를 위한다는 약속을 고통스럽게 지켜나갔던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의 영혼이 오늘 밤에 주님의 품에서(천주교 신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생전에 누리지 못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 by | 2009/08/18 15:53 | 종교 및 잡담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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